안녕하세요.
주변에 멘토도 없고 이런 고민 얘기할 곳이 없어서 몇자 써보는 고민거리입니다.
이제 중소기업 IT기업이아닌곳에 홈페이지,서버 개발자로 취업한 3개월차 신입 개발자입니다.
처음 입사할때 php로 관리자 페이지 개발을 요청하였고, 면접시 보여준 기획안은 정말이지 너무 간단한 형식의 페이지였기 때문에 뽑아만 주신다면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하며 취업했습니다.
그런데 기획안이라는건 2년전 기획안이였고 제가 오고 기획안을 새로 구성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자리를 잡고 보니 사수도 없고 제 위로는 기획실장 1명 뿐이더군요.
어째저째 기획실장의 기획안에 맞춰 개발중, jsp를 할줄알면 jsp로 하는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jsp로 경력을 쌓는게 저에게 도움도 될거라는 말과 함께요
php보다 jsp가 더 익숙했고(스프링아님) 그렇게 하겠다하고 jsp로 전환하여 업무를 진행했습니다(2주만에)
개발완료 일정도 안 정해져 있고, 부담가지지 말란 말에 이미 만들어진 기획을 바탕으로 수정하며 진행하였습니다.
오로지 jsp 기초 형태를 가지구요
하지만 시간이 가면갈수록 결과물에 대한 박차와 수시로 바뀌는 기획안, 디자인은 신경쓰지 말라하고 나오는 디자인이 안이뻐서 쓸수가 없다는 말, DB세팅을 계속해서 변경하고 바꾸게 만드는 기획안, 초보라고 안시킨다하던 난이도 상급의 구현결과물 요청, 실장 스스로 한말의 번복과 제 말한마디에 발작버튼마냥 반응 하는것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을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신입이니까, 초보니까 하면서 받아들이고 하고는 있는데 어려운 출력물을 만들라고 해서 잘 모르겠다고 할때 나오는 충분히 할 수 있지않냐는 식의 반응까지 감당이 되질않네요.
페이지 개발은 하루걸러 변경되는 기획안에 맞춰 70%정도 구현 되어있고 오늘도 변경된 기획안과 DB컬럼추가 형식의 업무 내역이 나온 상황입니다.
제가 IT기업이 아닌 일반 중소회사에 들어와서 겪는 일인지, 그냥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들어온 제가 잘못한것인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이미 진행한 일도 있고 마무리를 짓고 퇴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참고 있는데, 다른분들은 이럴때 어떻게 하시나요? 주변에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너무 답답해서 써봅니다.
저도 초창기에는 비슷한 경험들을 많이 겪은 바 있기에
촙개님께서 받으실 스트레스를 생각하니 안쓰러운 마음과 함께
촙개님의 입장에서 힘내시라는 말씀 드려봅니다.
사실 촙개님뿐만 아니라 비슷한 고충을 겪는 신입/경력 개발자 분들이 많습니다.
개발이라는 것이 특성 상 일을 시키는 사람이 일(개발)에 대해 너무나도 무지한 상황에서 시킨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시키는 사람이 개발에 대해서 알면 일의 양이 어느정도이고 어떤 이슈가 있는지 감안을 하면서 일을 시킬텐데
개발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이상의 학습이 되어있지 않으면 해당 작업에 대해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따라서 일을 주시는 분도 크게 악의가 있다기 보다는 본인이 시키는 일이 어떤 작업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느 회사나 비슷합니다.
그래서 항상 개발자와 기획자가 트러블이 많고 언쟁도 많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어쩌겠나요. 사업을 진행하는 사람과 개발을 하는 사람이 나뉘어져있으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촙개님께서 속한 회사에서 그럴만한 연봉이나 대우를 해주고 있거나 조건들이 좋다면 말씀하신 상황들을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도 않다면 너무 스트레스 받고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안그래도 요즘 개발자나 디자이너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시국인지라
원하시면 언제든지 이직을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도 모르고 인력 케어를 잘 못하는 회사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지금 촙개님께서 겪고 계신 상황이 나중에 돌이켜보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일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촙개님보다 더하면 더했지 별의별 스트레스를 겪고 경험했었습니다.
입에 담지 못할 욕도 들어보고 심지어 재판도 가 보았습니다.
당시에는 너무나 스트레스 받고 힘들었는데 지나고나서 보면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제가 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말로만 잘 해주겠다고 해서 다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고, 기획안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고,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되고, 잘 만든다고 항상 알아주는 건 아니라는 것 등등 많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촙개님도 그런 것들을 알아가는 과정일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게 꼭 세상을 나쁘게 보게 되었다는 건 아니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 같습니다.
나도 내 사정이 있듯이 그 분들은 다 그 분들만의 사정이 있고 그 분들만의 시야가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내가 이직할 곳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 분들의 생각과 시야에 흔들릴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일을 열심히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많은 걸 그 분들의 감정에 맞춰 일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저 나의 경험과 실력 향상을 위해서 내 판단에 따라 최선을 다할 뿐 그 분들의 판단에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요.
사실 공식적으로는 지금 바로 퇴사하겠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그래도 진행된 일이 있으니 어느정도 마무리는 하면 좋긴 하겠습니다만
근로자가 무시받는 상황에서 퇴사를 한다고 해서 죄가 되는 것도 아니고 여차하면 이직하면 되므로
현재 상황에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 열심히 마무리를 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명언이 있듯이 언젠가는 지금의 상황을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올테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힘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