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미국 현지 시간), 애플이 새로운 아이폰 시리즈와 애플워치 그리고 에어팟을 선보였습니다. 예전같은 원 모어 띵 (One More Thing)의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었지만, 그래도 스마트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에서 선보인 새로운 라인업을 확인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이번 수요레터에서는 아이폰 16을 중심으로 애플의 새로운 제품을 살펴 보겠습니다.
애플 인텔리전스
발표 전에 사실 가장 기대를 모았던 건 애플 인텔리전스였습니다. 지난 WWDC에서 애플만의 고유한 AI 서비스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선보였고, 이번에 출시될 아이폰 16에 애플 인텔리전스가 어떻게 구현될 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는데, 결과는 실망이었습니다.
이번에 선보인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들이 지난 WWDC에서 얘기한 것에서 달라진 게 거의 없었구요. 무엇보다 아쉬웠던 것은 애플 인텔리전스의 출시 시기였습니다.
이번 아이폰 16의 9월 출시 버젼에는 적용이 안될 뿐더러 10월부터 정식 버젼도 아닌 베타 버젼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당연히 영어 버젼만 가능합니다.
더 많은 기능들은 몇 달 이내에 공개하겠다고 하는데, 정확한 일정을 얘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연내에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기술 칼럼니스트가 애플 인텔리전스의 베타 버젼을 사용한 소감을 올리기도 했는데, 할루시네이션 문제가 자주 나타나고 엉뚱한 대답을 내놓은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그래도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니니 이해할 수는 있겠죠.
12월에는 애플 인텔리전스 서비스가 미국을 넘어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 등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로 확대 되고, 내년 2025년에는 중국어, 프랑스어, 일본어, 스페인어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어 지원은 내년에도 어렵다는 거고, 빨라야 2026년부터 가능할 것 같네요.
애플은 자신들의 생태계의 힘을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잘 동작도 되지 않는 AI 서비스를 섣불리 먼저 시장에 선보일 생각이 없습니다. 그래서 애플 인텔리전스의 상황이 지금은 실망스럽고 다른 경쟁사 대비해서 뒤쳐져 보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흘러나가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죠.
구매의 차원에서 만약 애플 인텔리전스가 새로운 아이폰 구매의 핵심 사항이라고 한다면, 이번 아이폰 16 구매는 패스하라고 강하게 권유드리고 싶습니다. 내년 말에 출시할 아이폰 17을 사도 늦지 않습니다.
카메라 컨트롤 버튼
애플 인텔리전스에 실망한 분들이라면 이번에 처음 선보인 카메라 컨트롤 버튼에는 꽤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새로 버튼을 추가한 건데요. 사실 세로로 들고 있을 때 이 버튼의 위치는 좀 애매하긴 하지만, 가로로 사진을 찍을 때에는 버튼의 위치가 딱 맞습니다.
단순히 누르는 버튼이 아니라 감도를 인식할 수 있는 센서가 들어가 있엉서 다양한 동작의 기능들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한번 누르면 사진 모드로 진입하고, 한번 더 누르면 영상 촬영 모드로 변경됩니다. 살짝 두번 눌러서 다른 항목들을 불러올 수 있고 슥슥 움직여서 세부 값을 조정하고 옆의 아이콘 메뉴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노출, 확대, 렌즈 변경 등 다양한 카메라 기능을 버튼으로 조절 가능하다는 게 꽤 인상적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사용법을 익히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세로로 들고 찍을 때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 것 같고, 돌출 형태가 아니다 보니 케이스를 씌웠을 때 어떻게 노출시켜서 잘 동작시킬 수 있을 지도 이슈가 될 수 있겠어요.
그래도 카메라 컨트롤 버튼을 통해 더 기대되는 부분은 두 가지 입니다.
첫째, 반셔터 기능입니다. 지금 당장은 동작되지 않지만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연말 쯤 반셔터 기능이 가능할 것으로 발표했습니다. DSLR을 쓰신 분들이라면 이 반셔터 기능을 너무 잘 알고 계실 것 같아요. 사진을 찍는 맛이 난다고 해야 할까요? 초점을 잡고 심도를 선택하는 것을 반셔터 기능을 통해서 정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거든요. 이 기능이 스마트폰에도 도입이 된다고 하면 DSLR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첫번째 스마트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주 기대됩니다.
두 번째는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한다는 점입니다. 현재는 사진을 찍는데 사용되지만 향후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별로 해당 버튼과 동작을 고유한 목적에 맞도록 설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로 화면 모드로 게임을 하거나 간단한 영상 편집을 하거나 할 때 꽤 효율적인 기능들이 구현 가능하겠단 생각이 드네요.
A18 칩셋
애플이 새로운 아이폰 시리즈를 내놓을 때마다 등급별로 차별화를 두기 위해 칩셋 장난을 많이 치는 편이었죠. 기본형에는 예전 칩셋을 쓰고 프로 버젼에만 신규 칩셋을 사용해서 모델별 차이가 두는 전략이 솔직히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고도의 비즈니스 전략이긴 하겠지만요. 이전 모델인 아이폰 15의 경우에도 기본 모델과 프로는 칩셋이 달랐습니다.
그런데 이번 아이폰 16에서는 기본적으로 A18 칩셋을 동일하게 사용합니다. 기본과 플러스 모델에는 A18을, 프로와 프로 맥스에는 A18 프로 버젼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게 맞는 거죠. 아마도 애플 인텔리전스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발표에서 팀 쿡도 아이폰16이 애플 인텔리전스를 위해 설계된 최초의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A18 칩셋이 애플 인텔리전스의 성능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온디바이스 AI 서비스를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뉴럴 엔진의 성능이 가장 핵심이 되기 때문이죠.
이 밖에도 이번 A18 칩셋은 CPU 성능, GPU 성능, 메모리 대역폭 등 모든 면에서 기존 칩셋에 비해 향상되었고, 에너지 효율도 많이 개선되었다고 합니다.
그 밖의 특징들
그 밖에는 사실 드라마틱한 포인트가 보이진 않았습니다.
카메라 성능과 사진 프로세싱 소프트웨어가 많이 개선되었다는 점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많이 찍는 분들에겐 반가울 소식일 겁니다. 광학 5배 줌이 모든 모델에서 다 지원하고 있고 120프레임 4K 돌비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솔직히 저도 영상을 하지만, 이렇게 120프레임 4K로 찍을 일이 얼마나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4개의 마이크를 이용해서 공간 음향 캡쳐라는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영상을 녹화할 때 오디오의 공간감을 가지게 하도록 음향의 발생 위치를 선택해서 조절이 가능한데요, 영상 촬영을 할 때 꽤 유용한 기능이지 않을까 합니다.
전작과 마찬기지로 아이폰 프로의 경우 티타늄 바디가 적용되었고,
전반적인 액정 사이즈가 0.2 인치 씩 다 늘었습니다.
배터리도 더 오래 갑니다. 더 빠른 고속 충전도 지원하구요.
색상을 포함해서 이 밖에도 세세한 변화들이 많이 있었지만, 사실 저에겐 그리 흥미롭지는 않았습니다.
출시일
애플 인텔리전스의 한글 지원은 당장 기약이 없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1차 출시 국가에 한국이 포함되었습니다. 그래도 초기 물량은 그리 많지 않을 거라는 얘기가 많아 구입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 아주 급한 일이 아니라면 초기 생산 버젼의 구매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생산 공정 상의 최적화나 트러블 슈팅이 완벽하게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아주 높거든요. 뽑기를 잘 하시려면 몇 달 후를 노려보시는 게 좋을 겁니다.
아주 혁신적이진 않지만 그동안 관련 제품을 기다렸던 분들에겐 좋은 업데이트로 느껴지실 것 같네요.
혁신은 없지만 살 사람은 산다
지금까지 이번 애플의 신제품 발표의 내용들을 살펴봤습니다. 혁신은 없었다며 언론들이 많이 얘기하겠지만 그래도 살 사람들은 다 줄서서 살 겁니다.
전세계 20억개의 엔드 디바이스 생태계를 만들어낸 애플의 파워는 정말 어마어마 하거든요.
이번 발표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주식은 소폭 하략했습니다.
그리고 애플에게 더 뼈아픈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이번 신제품 발표 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유럽의 과징금 소송에서 패소했다는 뉴스가 나온 겁니다. 2016년에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에서 받은 과징금 130억 유로 (약 19조원)에 대한 애플의 항소를 유럽사법재판소가 최종적으로 패소 판결 내렸습니다.
같은 날 구글의 항소도 패소해서, 구글도 24억 유로 (약 3조 5천억원)를 과징금으로 내야 합니다.
미국의 빅테그 기업들이 유럽연합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을 겁니다. 그렇다고 유럽 시장에서 손떼기도 그렇고, 참 난감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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