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600미터 위 TV 타워에 고립된 두 명의 친구가 살아남기 위해 펼치는 고공 서바이벌 영화입니다.
암벽 등반가이자 모험을 즐기는 베키와 헌터는 절친 사이입니다.
그런데 1년 전 베키와 남편 댄, 그리고 헌터가 함께 암벽 등반을 하다가 남편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남편을 잃은 베키는 1년동안 술과 약에 취해 폐인이 되어 가죠.
친구 헌터는 시름에 잠겨있는 베키를 찾아와서 자신의 도전에 함께 하자고 제안 합니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축물이자 다음 달에 철거 예정인 송신탑 B67 타워에 올라가서 남편 댄의 유골을 뿌려주자는 제안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비키는 헌터의 제안을 받아 들이죠.
황량한 벌판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600 미터의 노후한 송신탑에 도착한 둘은 등반을 시작하게 됩니다.
왜 굳이 저런 델 올라가려는 걸까? <출처 : 넷플릭스>
핸드폰이 안돼
결국 타워의 정상에 도달하는데 성공하지만, 노후한 송신탑 사다리가 부러지면서 상공 600미터의 타워 꼭대기에 두 사람은 고립되고 맙니다.
두 사람 다 핸드폰이 있었지만, 주위에 아무 것도 없는 600미터 상공에서는 전파가 터지질 않죠.
구조 요청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탈출을 위한 두 사람의 처절한 사투가 이 영화의 줄거리이자 핵심입니다.
두 사람이 겨우 앉을 수 있는 공간 밖에 없는 지상 600미터의 상공에서 벌이는 생존기가 꽤 긴장감이 있게 그려집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가 훨씬 더 짜릿할 것 같구요.
이들의 탈출기는 직접 영화를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인공위성을 이용하면 안될까?
영화를 보면서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위성신호를 사용할 수 있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위성신호로 통신할 수 있는 이리듐도 있고, 스페이스 X의 스타링크가 이런 인공위성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하지만, 스타링크 전용 단말기를 사용해야 하고 별도의 사용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위급한 상황에 고립되었을 때는 쓸 수가 없죠.
그런데 기존의 휴대폰을 통해서도 위성통신을 이용해서 구조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내려갈 방법은 없고, 핸드폰은 안터진다. 어떻게 탈출해야 할까? <출처 : 넷플릭스>
아이폰14, 인공위성을 품다
아이폰 14 시리즈에 처음으로 인공위성 긴급 구조 서비스가 적용이 되었습니다.
휴대전화가 셀룰러나 WiFi 와 같은 통신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는 경우, 인공위성에 연결해서 긴급 서비스에 문자를 보내거나, 긴급 출동 서비스를 요청하거나, 가족 및 친구에게 현재 위치를 공유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유튜브 채널 UNDERkg 에서 실제 조난 상황에서 해당 기능을 설명한 영상이 있습니다. 영상을 보면 조난을 당해 통신이 안되는 상황에서 이 기능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해당 서비스는 2년동안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1년 더 연장을 하겠다고 애플에서 발표를 했습니다. 향후 얼마의 요금을 부과할 지는 결정이 되지 않은 상태인데, 목숨을 구할 수도 있는 이 기능을 유료화하겠다는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있습니다.
22년 말에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는 미국, 캐나다에서만 사용 가능했으나, 현재는 미주, 캐나다를 포함한 미주,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유럽의 여러나라, 일본에서도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서비스가 지원하는 국가를 방문하는 여행자들도 해당 서비스가 가능한 버젼의 아이폰을 가지고 있으면 이용할 수 있다고 하구요.
불행히도 한국은 아직 이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은 어디서든 통신이 빵빵하게 터지는 나라이니까 그런 걸까요?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오지에서 고립되었을 때, 인공위성을 이용한 긴급 서비스는 생명을 구할 수 있다. 22년 11월, 알래스카에서 이 기능을 이용해 구조된 사례가 실제 있었다. <출처 : 애플>
구글의 픽셀 9에서도 이제 된다
애플이 위성 통신을 이용한 긴급 SOS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에도 안드로이드 계열은 한동안 특별한 소식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구글의 신형 스마트폰 픽셀 9 시리즈가 발표되면서 여기에 애플과 같은 위성 긴급 서비스가 지원된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구글도 애플처럼 2년동안 무상으로 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위성통신을 위한 긴급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관련 통신 기술과 위성 통신 모뎀이 필요한데요.
픽셀 9 시리즈에서 사용한 위성 통신 기술은 NTN (비지상파네트워크) 서비스 업체인 스카일로 테크놀로지스와 손을 잡았는데, 통신에 필요한 주파수 대역을 스카일로가 구글에게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사용하는 통신 사업자와 상관 없이 픽셀 9 단말기의 사용자는 누구나 이 위성 SOS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셈이죠.
모뎀은 삼성전자 엑시노스 5400을 사용하는데, NTN 위성 통신을 지원하는 최신 모뎀입니다.
이번에 발표된 구글의 픽셀 9 시리즈. Gemini AI 기능에 가려 그리 강조되지 않았지만 인공위성을 이용한 긴급구조 서비스가 추가되었다. <출처 : 구글>
삼성도 이미 준비되었고
삼성도 관련된 기능을 곧 선보일 것 같은데요, 내년 초 출시할 갤럭시 S25에는 이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사실 삼성 LSI의 엑시노스 모뎀칩에 해당 기능이 들어가 있는 만큼 기술적인 준비는 끝나지 않았나 보여지구요.
구글의 픽셀9 에서 사용된 삼성의 엑시노스 5400 모뎀. 인공위성 통신 모듈이 포함되어 있다. <출처 : 삼성>
이런 재난 영화, 앞으로도 가능?
다시 영화로 돌아와 볼까요?
영화에 나오는 두 주인공의 핸드폰은 아이폰 이었습니다.
아이폰 14에서 위성 SOS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2022년 12월이고, 영화는 2022년 8월 미국에서 개봉했으니, 만약 이들이 몇 개월만 더 늦게 도전을 했더라도 그렇게 생고생을 하지 않았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앞으로 이젠 이런 소재를 가지고 영화로 만들어지기 어렵기도 하겠습니다.
아무튼 영화를 보면서 위급한 순간에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도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구요.
생명을 구하는 기술
최근에 이 영화 말고도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 이라는 영화도 보았는데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고, 1972년 안데스 산맥에 비행기 추락사고에서도 극적으로 살아남은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영화적으로는 <폴, 600미터>보다 훨씬 재미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이들에게 위성 구조 서비스가 가능한 아이폰이나 픽셀9 시리즈의 휴대폰이 있었다면, 죽은 동료의 시신을 먹으면서 몇 개월동안 구조를 기다려야할 이유는 없지 않았을까?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술은 언제나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박수쳐 주어야 합니다.
그러니 애플, 구글.. 구독료 받지 맙시다.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은 비행기 사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생존자들의 이야기이다. 삶을 향한 처절한 생존 의지와 인간적인 갈등이 충돌한다. <출처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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